고려대학교의 주장 완장을 찬 허덕일은 3학년이다. 선수들의 프로 진출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최근 축구계에서 대학교 3학년 선수들은 취업에 대한 부담감도 커진다. 이는 명문팀의 주장이며 연령별 대표팀 출신인 허덕일에게도 마찬가지다.
허덕일은 고려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다. 본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지만 입학 이후 팀 상황에 따라 중앙 수비, 측면 수비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올해 주장 완장까지 차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 그에게 코로나19 사태는 그야말로 하늘이 원망스러운 상황이었다. 허덕일은 “동계 훈련부터 열심히 준비했는데 연맹전과 U리그가 모두 연기되어 상실감과 실망감이 컸다. 코로나19가 정말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나마 고려대는 학교 측의 도움으로 최악의 상황이 지난 뒤에 교내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전’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훈련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허덕일은 “우리는 그래도 철저한 방역 하에서 조심스럽게 훈련을 진행했다. 하지만 출전할 대회가 사라진 상황에서 예전 같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주장으로서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팀만의 규율을 지키고 언제나 전술적, 정신적으로 준비된 모습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라진 실전 무대는 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3학년이 된 만큼 본격적인 ‘취업 고민’이 시작된 상황에서, 프로팀들에게 자신을 선보일 기회가 사라진 것이었다. 허덕일은 “프로 진출에 대한 부담감은 항상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나를 보일 무대가 더욱 줄어들어 심리적으로 불안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코로나19로 인해 좁아진 취업문에 대한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팀을 위해 더 헌신하며 어떤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된 모습으로 이겨내겠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전통의 축구 명문 고려대는 최근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 대학 무대의 전반적인 전력 평준화와 더불어 우수 선수들의 계속된 조기 프로 진출로 선수층이 얇아져 주요 대회에서 여러 차례 미끄러졌다. 2017년 U리그 왕중왕전 우승 이후 8강 이상의 성적은 지난해 춘계연맹전 4강 진출이 유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허덕일은 돌아오는 U리그에서 고려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칼을 갈고 있다. ‘취업 고민’도 그에게는 팀 성적 다음의 일이었다. 허덕일은 “지금은 내 상황보다 주장으로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먼저”라며 책임감을 우선시했다.
4권역에 속한 고려대는 명지대, 숭실대 등과 맞붙는다. 허덕일은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는 동시에 팀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최고의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덕일은 “U리그가 개막한면 진짜 고려대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축구를 하고 싶다. 상황이 어떻게 되더라도 내 자리에서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다. 팀을 위해 한 발 더 뛴다는 자세로 떨어진 고려대의 위상을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글=차재민,사진=대한축구협회, 고려대학교 SPORTS KU 제공]
[뉴스출처 : K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