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축구 현장에 있는 축구인 가족을 만나봤다. 올해 창단한 K4리그 진주시민축구단의 최청일 감독과 K3리그 경주시민축구단의 최주용 선수다.
아버지 최청일 감독은 선수 시절 성남일화(현 성남FC), 울산현대, 전남드래곤즈에서 현역 생활을 한 뒤 수원삼성 스카우트, 울산현대 유스 감독과 코치를 경험한 베테랑 축구인이다. 아들 최주용은 어린 시절 U-16 대표팀과 수원삼성에서 뛰었던 유망주였다.
둘을 한 자리에 모아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한창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관계로 각각 전화 인터뷰를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은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가까웠다.
- 안녕하세요. 두 분 인사 부탁드립니다.
父 최청일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창단한 진주시민축구단 감독 최청일입니다.”
子 최주용 “안녕하세요. 저는 경주시민축구단에서 뛰고 있는 최주용입니다.”
- 축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父 “축구를 중학교 때 시작했습니다. 최진한 전 경남FC 감독이 형님인데 형이 축구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子 “큰아버지도, 아버지도 모두 축구를 하셨고, 저의 형(최정용)도 축구 선수였어요. 가족들이 축구를 하고 있어서 많이 접하다보니 저도 축구가 하고 싶었습니다.”
- 아버지 최청일 감독님은 선수와 감독을 모두 경험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요?
父 “선수 때는 아무래도 감독님이 주신 주문에 따라 자기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 됐죠. 지도자는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이끌어야 하고, 또 전술이나 조직력 부분 등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책임감에서 선수와 지도자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아들이 보는 아버지는 어떤 감독인 것 같나요?
子 “제가 아버지와 같은 팀에 있던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제가 봐온 아버지는 선수들에게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팀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시는 감독이신 것 같아요.”
- 최청일 감독님, 아들의 장·단점을 말씀해주세요.
父 “우리 주용이는 포지션이 왼쪽 윙백이에요. 어릴 때는 공격수로 뛰다가 포지션을 전환했어요. 장점으로는 오버래핑을 통해 크로스를 하는데 상당히 날카롭고 좋습니다. 경기를 볼 때마다 패싱 능력이나 공간활용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반면에 체력과 투쟁심은 더 키웠으면 좋겠어요.”
- 아버지에게 축구인으로서 배울 점이 있다면?
子 “아버지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많으셔서 저에게 축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통해 도움을 주세요. 또 엄청 성실하시고, 부지런하십니다. 그런 점들이 존경스러워요.”
- 아버지가 축구인이면 어떤 느낌인가요?
子 “아버지가 축구를 하시는 만큼 많은 도움을 주십니다. 훈련이나 경기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밀하게 알려주셨어요. 하지만 축구를 하면서 좋은 팀에 가서 기회를 얻을 때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좋은 팀에서 뛰는 것 같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 조금은 속상했습니다.”
- 아들에게 축구선수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父 “저는 선수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성남일화(현재 성남FC)의 창단 멤버로도 뛰었어요. 그 후에 프로에서 8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주용이도 열심히 준비해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로로 성장하면 좋겠어요. 주용이가 지금 K3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현재를 터닝포인트로 삼아 열심히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 축구로 함께한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父 “주용이가 2012년에 U-16 대표팀에 선발됐어요.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대회에서 한일전을 했는데 그때 주용이가 득점을 했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역전골이었는데, 그날 정말 기분이 좋았고, 아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子 “제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경기를 많이 보러 와주셨어요. 경기에 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죠. 경기를 끝내고 함께 나눴던 이야기가 모두 다 좋은 추억인 것 같습니다.”
- 앞으로 자라나는 꿈나무들과 학부모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나요?
父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축구를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어요. 개인 능력의 차이도 있습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선수들이 어린 시절 축구를 시작할 때 가지고 있던 열정을 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조금 힘들지 몰라도 참고 견디면 기회는 생기는 법이에요. 기다림을 모른다면 선수로서 발전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자녀에게 축구를 시키는 부모님들은 당장의 큰 목표보다는 차근차근 나아가는 법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커가면서 많은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할텐데 분명 자기가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기보다 잘하는 선수들도 많을 것입니다. 선수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지도자가 피드백을 해주면 잘 받아들이고,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이런 부분이 부족하구나’하고 먼저 알고 옆에서 자식에게 잘 설명하고 다독여줘야 합니다. “왜 우리 아들은 안 뛰게 해주지?” 하는 마음은 결국 선수를 힘들게 할 뿐입니다.
축구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힘든 스포츠죠. 오랜 기다림을 겪어야 더 단단하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子 “어릴 때는 축구에 대한 열정만 가지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축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 혼자만의 축구가 아닌 것 같아요. 내 미래도 중요하지만 부모님 생각도 해야 하고요. 축구를 할 때 더 책임감을 갖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서로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긴다면요?
父 “주용아, 비록 아빠와 네가 같은 리그는 아니지만 K3리그가 이제 내셔널리그 팀이 함께 하게 돼 리그 수준이 훨씬 더 높아졌다고 생각해. 아빠가 생각하기엔 더 잘된 것 같아. K3에서 뛰면서 너 개인적으로도 축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도 있고, 강한 팀과 경기를 함으로써 더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앞으로 리그가 많이 남았는데 다치지 말고, 선수 생활 잘 지속할 수 있도록 부상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아. 운동장에서 더 많은 열정을 가지고, 더 많은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子 “아버지, 고향에서 팀을 창단해 감독까지 맡게 됐는데, 이번에 첫 경기에서 승리해 엄청 기분이 좋아 보이셔서 너무 좋았어요. 진주라는 팀을 잘 꾸려서 좋은 성적도 내고,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저희 가족들이 응원할게요.”
[뉴스출처 :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