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탈뉴스통신) 전북 도민이 인권침해를 당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려면 광주까지 가야 한다. 자가용으로 왕복 3시간, 대중교통으로는 4시간이 걸린다. 장애인이나 노인,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이 거리는 사실상 ‘포기’를 뜻한다.
8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는 부산(2005년), 광주(2005년), 대구(2007년), 대전(2015년), 강원(2017년) 등 5곳에 설치돼 있다. 호남권은 광주사무소 하나가 전북·광주·전남·제주 등 4개 광역지자체를 관할한다.
문제는 인권침해 상담과 조사가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정 접수 후 사실 확인, 추가 자료 제출, 결과 통보 등 여러 차례 방문이 필요하다. 왕복 3~4시간은 직장인에게 하루 휴가를, 경제적 약자에게는 교통비 부담을 안긴다.
전북의 인권 수요는 결코 적지 않다. 2020~2024년 5년간 도내 인권상담 신청은 평균 143건으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광주(378건), 서울(223건), 전남(204건), 경기(176건)에 이어 5번째로 많다.
반면 광주인권사무소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관할한다. 관할 행정단위(시·군·구, 읍·면·동)가 719개로 5개 지역사무소 중 최다이며, 관할 면적도 부산사무소의 1.8배에 달한다. 2020~2024년 광주사무소의 평균 상담 건수는 1,188건으로 부산(814건), 대전(808건), 대구(699건), 강원(54건), 제주(47건)를 크게 웃돈다.
업무 과중으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북에서 긴급한 인권침해 사안이 발생해도 광주사무소가 현장 조사를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지역 기관과의 협력도 원활하지 않다.
전북인권사무소 설치 노력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전북도의회는 2017년, 2020년, 2024년 세 차례 설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고, 2017년 45개 시민단체와 2019년 전북도 인권위원회도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다.
행정 차원에서도 도는 청와대,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을 수차례 방문해 설치를 건의했다. 2023년과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 직제에 전북사무소가 반영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최종 관문인 행안부 직제개정안에서 번번이 제외됐다. 2024년 7월 최종안에서도 전북인권사무소는 빠졌다. 7년간의 노력이 마지막 단계에서 좌절된 것이다.
전북은 지난해 1월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했지만, 인권 인프라는 여전히 '광주 관할'에 머물러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과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 급증 등 전북 고유의 인권 상황이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지역 거점이 없다.
도는 국가인권위원회, 행안부, 기재부 등을 상대로 건의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도의회, 행정, 시민단체가 함께 관련 절차를 모니터링하며 즉각 대응할 계획이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는 “180만 도민의 인권이 물리적 거리 때문에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장애인, 아동, 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일수록 접근성이 떨어져 인권 구제의 기회 자체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사무소는 단순한 민원 창구가 아니라 지역 인권정책의 구심점이자 중앙과 지방을 잇는 가교”라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걸맞은 인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전북인권사무소 설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출처 : 전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