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뉴스) 뉘를 찾아 오시는고, 정동 봄밤愛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봄이 나리던 어느 날, 덕수궁 돌담길에서 마주친 배재학당, 이화학당 학생들의 청춘과 로망은 어떠했을까?”
서울 중구가 오는 5월 24일(금)과 25일(토) 이틀간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정동야행(貞洞夜行)’을 개최한다.
지난해 정동야행이 가을의 정취와 함께했다면 올해는 ‘로맨틱 정동, 봄으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봄밤의 낭만을 상춘객과 나눈다.
정동야행은 정동 곳곳에 자리한 근대 문화시설이 동시에 문을 열고 근대 문화의 멋과 낭만, 역사를 시민과 나누는 중구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축제다. 5월 24일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25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야화(夜花, 역사문화시설 야간개방 및 문화공연) △야사(夜史, 정동길 체험프로그램) △야설(夜設, 거리 공연)△야로(夜路, 역사해설투어) △야경(夜景, 야간경관) △야식(夜食, 먹거리) △야시(夜市, 예술장터 및 공방)가 덕수궁 돌담길 따라 다채롭게 펼쳐진다.
달빛 아래 님은 그 곳에...정동의 근대 역사문화 시설 개방
이번 정동야행에는 공공기관, 문화재, 박물관, 전시관, 대사관, 미술관, 종교시설, 공연장 등 36개 시설이 참여해 야간 개방과 공연, 전시, 특강 등으로 달빛 아래 정동의 봄밤을 활짝 피운다. 지난해보다 3개 시설이 더 참여했다.
축제의 막은 고궁 음악회가 올린다. 5월 24일 저녁 7시 덕수궁 중화전 앞 무대에는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 클래식 연주자들로 구성된‘클럽M’이 올라 전통음악과 클래식의 조화로운 선율을 선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구민과 서울시민, 외국인 관광객 등 약 1천 명의 관람객이 개막식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제1회 정동야행 개최 이래 축제의‘베스트셀러’는 대사관 투어다. 올해에도 주한캐나다대사관과 주한영국대사관이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주한캐나다대사관은 24일 저녁 7시부터 40분간 , 주한 영국대사관은 25일 오후 3시, 4시, 5시에 30분씩 공개된다.
청소년 가족 대상 역사 강연도 마련된다. 25일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정동이 품은 우리역사’를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 지하1층 세마홀에서 강의한다.
최초 사립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이화박물관, 이화여고 내부도 24일과 25일 오후 6시에 둘러볼 수 있다.
주한캐나다대사관, 주한영국대사관, 심용환 역사강연, 이화박물관 투어는 정동야행 홈페이지 사전 신청(~5.9 17:00까지)과 추첨을 거쳐 관람대상자를 선정한다.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다같이 돌자 정동한바퀴’는 축제 기간 중 매시 정각, 매시 30분마다 운영되며 한국어 해설이 20회, 영어 해설이 4회, 일어와 중국어 해설이 각 2회 진행된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이화박물관, 구러시아공사관, 중명전까지 걸으며 역사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정동야행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하거나 배재어린이공원 내 본부에서 현장 접수 후 참여할 수 있다.
국토발전전시관에서도 24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5일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사이 매시 정각, 매시 30분마다 해설이 이뤄진다. 현장에서 접수 후 참여하면 된다.
근대의 거리에서 선율, 흐드러지다!
근대의 정취가 음악과 어우러지면 그 자체가‘낭만’이다.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는 정동야행의 ‘스테디 셀러’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과 영국에서 만든 각각 다른 소리의 파이프오르간 선율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동제일교회에서는 24일 오후6시, 25일 오후 4시30분 각각 ‘진격의 북소리’, ‘정동의 소리’를 주제로 한국 최초의 파이프오르간과 전통 국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연을 60분간 진행한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24일 오후 7시30분과 8시30분, 25일 오후 4시와 5시에 연주회가 열린다. 연주가 끝나면 로마네스크 양식과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성당 내부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후각과 청각이 즐거운‘공감각’콘서트, ‘정동다향(茶香)’도 관객을 기다린다. 24일 오후 7시30분 정동극장 야외마당에서는 커피를 곁들인 공연이, 25일 오후 2시에는 차와 함께 음미할 수 있는 연주가 있다.
중명전 앞마당에서는 25일 오후 4시 배우 이광기의 진행으로 서도소리가, 오후7시에는 가야금 공연단 ‘누룽지’의 구수한 가락이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옛 그림 해설, 음악과 춤, 영상, 인문학이 융합된 ‘화통 콘서트’도 만석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해설자로 손철주가 나서고 소리꾼, 무용수, 랩퍼가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 그림의 멋을 극대화한다. 25일 오후 2시와 7시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정동공원에서는 함지은의 K팝 ‘춤판’이 벌어진다. 25일 오후 3시와 5시 국적과 세대를 아우르는 흥겨운 무대가 어깨를 들썩이게 할 것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전개되는 피크닉...퍼포먼스, 버스킹, 푸드트럭
덕수궁 돌담길에선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황제지보로 임명하기 △ 사라진 건축물(이화학당, 손탁호텔) 컬러링 하기 △시병원과 마음 치유하기 △친환경 에어팟 주머니 만들기 △대한제국 덕수궁 3D 퍼즐 맞추기 △ LED 한지등 만들기 등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유료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빛의 메시지도 감상해보자. 정동로터리에는 고보 프로젝터가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이었던 오얏꽃을 탐스럽게 빚어낸다. 구러시아공사관이 있던 정동공원에선 꽃으로 피어난 빛이 향연을 벌인다. 정동길 따라 주렁주렁 열려있는 청사초롱은 우리의 앞날을 비춘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정동 로터리까지 행진하며 울려 퍼지는 이화여고 풍물 동아리 학생들의 장단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대한제국 의상 퍼포먼스는 흥과 멋을 북돋운다.
덕수궁 돌담길 상설무대에서 12회에 걸쳐 개최되는 버스킹도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우연히 멈춰선 거리 공연에서‘힐링’도 가능하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푸드트럭,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예술 공방도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특히 올해엔 정동 일대 카페와 식당 16곳이 축제 기간 중 10% 할인 행사에 참여한다. 정동야행 홈페이지에서 해당 업체를 확인할 수 있다.
90만 명이 다녀간 야행의 원조
2015년 서울 중구가 시작한 정동야행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재 야행으로, 매년 20만 명 이상의 서울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고 전국 곳곳에서 벤치마킹이 이어지는 등 성공한 지역축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까지 매년 5월과 10월에 행사를 열었고 이후 서울시에서 운영하다가 지난해 10월 다시 중구의 품으로 돌아와 흥행 돌풍을 이었다.
사랑의 뒤안길 정동에서
정동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작하여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국립정동극장, 이화여고, 경향신문사 빌딩에 이르는 길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근대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자 나라 잃은 아픔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이국적인 정취로 인해 연인들이 데이트를 나누는 낭만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가수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연가'에 나오는 '눈 덮인 교회당'이 정동제일교회라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다.
정동에서 으뜸가는 사랑 이야기는‘정동’이라는 지명에 녹아 있다. 1396년, 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 신덕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태조 이성계는 신덕왕후 능을 경복궁에서 보이는 황화방 언덕에 조성하고 정릉이라 명명한다. 태조는 도성 안에는 능을 쓸 수 없었던 당시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정동 일대에 능을 조성했다. 선덕왕후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태조가 죽자 이방원은 정릉을 도성 밖에 이장해 버린다. 정릉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지명은 남아 ‘정동’이 됐다.
근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역시 정동이다. 고종이 일제의 눈을 피해 덕수궁에서 나와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 갔던‘고종의 길’이 복원돼 비운의 역사를 곱씹게 한다.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에서 1년간 머물다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주독립의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서구열강의 공사관이 정동에 모여들었다. 미국, 영국, 러시아공사관이 차례로 들어오고 다른 나라들도 정동 일대에 외교공관을 잇달아 설치해 정동 일대는 '공사관 거리'로 불렸다. 지금도 정동에 미국과 영국, 캐나다 대사관 등이 남아 있는 이유다.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의 파이프 오르간 뒤에는 송풍실로 불리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와 학우들이 일본 경찰들의 눈을 피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등사했다고 한다.
근대 문화가 활짝 꽃피우고 또 아픔 속에 저물어갔던 정동. 이제 그 역사를 되새기며 정동야행이라는 축제를 만끽하자. 곳곳에서 역사를 체험하며‘스탬프 투어’에도 도전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울시립미술관, 구신아일보별관, 돈의문박물관 마을 등 정동 일대 21곳의 문화 공간에서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스탬프를 10개 이상 받아오면 구러시아공사관 정동공원,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구세군역사박물관에서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동의 역사와 정취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정동 전망대에서 근대의 낭만을 상상해보며 로맨틱한 5월의 마지막 주말 봄밤을 만끽해보자.
[뉴스출처 : 서울특별시 중구]